2023.5.27.파리
햇살이 눈부신 아침입니다.
처음 파리에 온 몇 일간은 쌀쌀한 날씨때문에 따뜻한 옷을 사기위해 쇼핑을 했어야만 했는데 지금은 아침부터 기온이 조금 덥게 느껴질 정도 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돌아다니기에 막 덥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우리에겐 딱 알맞은 온도입니다. 17도에서 오후에는 22-24도 정도 됩니다.
잇몸도 매시브하게 약을 먹은 덕인지 웬만해져서 음식을 씹는데 큰 불편은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계속 약을 먹어야해서 위에 조금 부담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생각합니다.
매주 토요일은 방청소를 하는 날이기에 짐들을 정리해 가방안에 넣어 두고 호텔을 나옵니다 . 청소하는 분들이 보면 뭔가 이상한 사람들이라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사람이 묵고 있는데 짐들은 하나도 밖에 나와 있는 것이 없으니.....
누군가의 모르는 이의 손길이 내 물건에 닿는 것을 못 견디는 성격이라.....내 스스로 생각해도 참 별스러운 성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점심식사를 예약한 곳은 생 마르탱 운하에서 가까운 식당 l'Archimede입니다.
사라가 미리 말해 주기를 식당에는 기대할 만한 메뉴가 없다, 단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약간은 거친 음식이니 그냥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라 생각하고 근처의 생 마르탱 운하와 맛있는 빵집을 가기위해서라 생각해라, 였습니다.
택시를 불러 타고 도착한 식당은 과연 사라의 말대로 왠지 일하기 싫어하는 쉐프가 야외 테이블에 여자와 앉아 놀고 있다가 우리가 도착하자 매니저에게 한소리 듣고 억지로 주방으로 들어 갑니다.
hake와 리조또를 주문해 먹었는데 가장 맛있었던 건 우리가 도착한 뒤 바로 옆의 빵집에서 받아온 식사빵이었습니다.(웃음)
식사후 생 마르탱 운하를 지나 빵집을 찾아 가는 길이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다니던 장소가 관광객이 많은 장소라 소란스럽고 지저분한 느낌이 많았는데 이 곳은 파리 시민들의 주거 지역이라 조용하고 깨끗합니다. 쇼핑거리도 톤다운 된 하지만 재미있는 샵들이 많습니다.
사라가 찾아 놓은 빵집은 mamiche라는 곳인데 역시 사람들이 가게를 삥 둘러 줄을 서 있습니다. 맛집을 위해 줄 서는 것을 싫어하는 사라답게 사람들을 보고 질려 그냥 가자며 쿨 하게 돌아섭니다. 맛있는 디저트에 미친 내가 쭈뼜거리자 어쩔 수 없이 줄을 서게 된 우리입니다.(웃음) 욕심에 눈이 멀어 이빵 저 빵 닥치는대로 사들고 뿌듯한 맘으로 가게를 나섭니다. 다시 운하로 가는 길,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운하옆에 앉아 파리의 망중한을 맛봅니다.
한참을 쉬다 자꾸만 옆으로 모여드는 비둘기에 쫓겨 택시를 불러 타고 집으로 돌아 옵니다.
집으로 돌아 오기가 무섭게 빵맛이 변하기 전, 맛있는 상태의 빵들을 맛봅니다. 빵을 먹어 본 사라가 줄을 서더라도 근처 마헤를 갈 때 또 가서 사오자고 합니다. 정말 맛있는 빵 입니다.
사라는 역시 잠속을 헤매고 있고 난 샤워 후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꽤 긴 낮잠을 잔 사라는 너무 자서 머리 아프다며 장보러 나가자고 합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까르프로 가는 길,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 깜짝 놀랍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토요일의 파리는 너무 붐빕니다.
까르프에서 우유와 생수 사과쥬스를 사들고 인파사이를 뚫고 집으로 돌아 옵니다.
집에 오니 저녁식사 시간. 늘 찾던 우동 대신 다른 걸 시도해보자는 생각에 구글 평점이 높은 우육면 집을 선택했는데 오픈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가서 30여분을 주변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찾아 갔는데 결과는 대실패를 경험합니다. 내가 주문한 면은 지나치게 맵고 사라가 선택한 면은 간이 맞지 않아 싱거운데도 엄청 맵습니다.
괜히 벌레에게만 실컷 물리고 쓴 맛을 입에 그대로 머금은 채 집에 돌아와 사라와 난 오후에 사두었던 맛있는 빵으로 배와 마음을 채웁니다.
집에서 쉬다가 9시 조금 지나 일몰을 보기위해 산책을 나갑니다. 하지만 지는 해의 위치가 세느강 위가 아니라 강옆의 건물들 뒤로 넘어갑니다. 우리가 온 날 즈음해서는 강 위로 예쁘게 넘어가는 해를 볼 수 있었는데 열흘새 해가 지는 위치가 바뀌어 아쉽습니다.
대신 사라와 강변에 내려가 토요일의 젊은 혼잡을 잠시 경험해봅니다. 파리의 모든 청춘들은 지금 강변에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