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잠깐 잠을 깼다가 다시 잠들어 8시에 기상.
테라스 덧문을 올려보니 밤사이 비가 멈추었습니다. 구름은 아직 많지만 바다 저 멀리 햇살도 비추고 기온도 어제보다는 약간 높은듯 합니다. 최소한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군요. 어제 나폴리에서 빗속에 이동을 해서인지 몸도 피곤하고 춥고 많이 지치고, 기분까지 우울했었는데 그래도 개인 하늘을 보니 기분이 좀 나아집니다. 사라도 역시 어제는 오지말자고 할 정도로 힘들어하더니 지금은 다시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오늘은 포지타노로 가는 날입니다. 아침뷔페를 먹고 짐을 정리한 후 10시경에 첵 아웃했습니다. 첵아웃하면서 리셉셔니스트에게 우리 짐을 3시까지 항구로 내려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이 곳은 언덕에서 항구까지 내려가기가 힘들어 짐을 호텔에서 항구로 보내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짐 하나당 가격은 8유로입니다. 리셉셔니스트가 걱정말고 구경하다가 약속시간에 항구의 신문가판대에서 마르코를 찾으라고 합니다. 마르코에게 포지타노로 가는 배표까지 미리 끊어두라고 하겠답니다.
짐을 부탁하고는 카프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시내구경후 버스를 타고 아나카프리(Ana Capri)로 갔습니다.카프리섬의 버스들은 조그마한 미니버스입니다. 길이 좁아 여기에 맞게 제작된 귀여운 버스입니다. 카프리에서 아나카프리로 가는 길은 낭떠러지위로 좁고 구불구불한 샛길인데 마치 바퀴가 허공에 떠있는 느낌이 날 정도로 가는 길이 위태해보입니다. 옆에 서있던 웬 미국아줌마 신나게 잘 있다가 갑자기 아래를 보고는 비명을 지르며 버스 바닥에 주저 앉습니다. 음, 그렇게까지 무섭진 않은데.....나에겐 좀 호들갑스러워 보입니다만 본인은 거의 패닉 상태입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나....
아나카프리에서 곤돌라를 타고 카프리섬 최정상까지 올라가 주변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리스의 섬들과 달리 척박해보이지는 않습니다. 근데 곤돌라가 마치 스키장의 리프트와 비슷한 것이라 올라가고 내려올때 좀 춥습니다.
곤돌라에서 내린 곳에 제법 큰 쇼핑센터가 보여 그 곳에서 사라가 입을 잠바를 하나 삽니다. 아르마니 진에서 나온 잠바인데 제법 따뜻해 보입니다. 그간 계속 두꺼운 옷이 없어 추워보였던 터라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 다시 카프리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위해 어제 저녁을 맛있게 먹은 부카 디 바코라는 식당으로 갔더니 낮에는 장사를 안합니다. 결국 근처의 식당에서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좀 실망스럽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항구로 내려와 길거리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시며 간만의 햇살을 즐기고 있는데 웬 외국인이 사라에게 계속 사진을 찍겠노라며 웃어달라고 합니다. 사라는 싫다는데도 결국 사진을 몇장 찍고는 만족했는지 웃습니다, 짜식 이쁜 건 알아가지고.....후후.
항구 산책후 약속한 시간에 신문가판대에 가서 마르코를 찾아 짐과 배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내 캐리어에 나무가시가 잔뜩 박혀있습니다. 음, 역시 짐은 남에게 맡기면 안돼.......
3시 15분 포지타노행 배에 오릅니다. 조그마한 여객선입니다. 40분 정도 걸려 포지타노에 도착합니다. 포지타노는 조그마한 항구도시로 집들이 언덕위에 지어져있는 예쁜 마을입니다만, 산토리니, 카프리를 보고 온 터라 포지타노의 아름다움이 수수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마을은 관광객에대한 배려가 좀 없어서 항구에서 언덕위 호텔이 있는 곳까지 올라갈 교통수단이 사람의 발 말고는 없습니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오르막길을 올라 한 참을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도 올라야하고....이 힘든 고비를 다 넘기고 나니 그제야 차가 다니는 길이 나옵니다. 이 곳까지 힘들게 올라온뒤에 택시를 타고 1-200미터를 가는게 아까워 결국 호텔까지 짐을 끌고 갔습니다.
포지타노에서 묵을 호텔은 Hotel Marincanto입니다. 이 곳의 213호실에 첵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호텔 리셉션을 보는 뚱뚱한 아저씨, 좀 미련합니다. 친절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뭐든 대충대충 하려합니다. 사라도 나도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미라 이 아저씨를 붙잡아놓고 우리가 알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첵크합니다. 그리고 방으로 가보니 트윈침대 두개를 달랬는데 침대가 붙어있어 침대를 다시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장을 열면 이불이 있으니 그냥 사용하랍니다. 아 이런, 결국 난 리셉션에 내려가 뚱뚱이 아저씨에게 정색을 하고 침대를 다시 메이크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제서야 메이드를 보내 침대를 다시 정리합니다.
한바탕 소동후에 객실에 딸린 테라스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봅니다. 테라스가 바다옆 절벽에 매달려 있어서 이 곳에서 보는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짐 정리후 마을을 산책하고 Bruno라는 식당에서 스파게티와 미트볼, 소다로 저녁을 먹고 내일 버스 탈 곳을 미리 알아본 뒤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합니다.
방에 히터가 돌지 않아 끙끙대다가 스위치를 주먹으로 내려치니 그제야 히터가 돌기 시작합니다. 역시 이탈리아에서는 뭐든 두들겨 패야지 말을 듣는 듯.......
이젠 쉬어야겠습니다.
카프리의 아침
카프리의 귀여운 미니버스
곤돌라를 타고 섬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아나카프리의 풍경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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