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날씨는 맑습니다. 이 곳은 남부여서인지 얇은 긴팔티 한장만 입어도 괜찮을 듯합니다. 전날 잠을 많이 자서 인지 어젯밤은 새벽 4시까지 잠못들고 뒤척였습니다.

8시40분에 일어나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합니다. 문득 옛날 하와이나 타히티여행 할때가 떠오릅니다. 그때는 여행비용을 아끼느라 전날밤에 제과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그걸로 아침을 떼우곤 했었는데....후후, 이젠 늙어서인지 비싼 아침식사값을 아까워하면서도 귀찮아서 그냥 호텔에서 먹게됩니다. 흠..... 근데 프랑스의 아침식사는 정말 너무합니다. 뭐 먹을 게 있어야지, 쩝. 게다가 비싸긴 왜 이리 비싼지. 12유로라......음.

식사후 샤워하고 짐 싸서 첵아웃합니다. 오늘은 니스로 가는 날입니다. 사라는 니스 가기전에 악상프로방스를 둘러보고 싶어 합니다. 여행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가보고 싶은 곳은 다 가봐야지!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Metro)을 이용해 어제 우리가 내렸던 St. Charles Gare De Marseilles로 가서 코인락커에 짐을 맡겼습니다. 예전에 마르세이유역에서의 폭탄테러때문인지 코인락커에 가는데도 엑스레이로 가방 검사를 하고 심지어는 총을 든 군인들이 왔다갔다하며 역을 감시합니다. 흠.

역에서 나와 메트로를 타고 아랍인거리로 가서 악상프로방스행 버스를 탑니다. 여유있는 운전기사 할아버지의 운전은 매력적입니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40분정도 걸려 악상프로방스에 도착했습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라 드골광장지나 미라보대로위에는 벼룩시장이 섰습니다. 근데 미라보대로라고는 하지만 대로는 상상치마시길......조그마한 길입니다, 벼룩시장을 둘러보고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는 곳을 가보려했는데 일요일이라 여의치 않습니다. 아쉽네요. 미라보대로 상에는 쟝 콕토와 피카소, 세잔느 등이 즐겨 찾았다는 카페 드 가르송이 있습니다. 점심을 이 곳에서 먹기로하고 들어갔습니다. 오래됨에서 나오는 향취가 느껴지는 식당입니다. 이곳의 종업원들은 그런데 다들 좀 이상합니다. 약간씩의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이 서빙을 합니다. 잘 웃지않고 표정이 아예 없으며 말도 어눌하고 많이 이상하지만 굉장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합니다. 사라는 이 곳의 정식코스를 난 새우와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정식코스요리는 오리가슴살인데 맛이 좋습니다. 새우도 아주 싱싱해서 기분 좋은 식사를 했습니다. 대낮부터 마신 술에 조금 취하네요. 후후. 요즘 매일 술이야. La Vien Rose.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웬 프랑스여자애들 둘이 날 보며 뭐라고 수근댑니다. 내 모자가 이상한가? 아니야, 내가 잘 생겨서 일거야(웃음) 그러고보니 유럽의 남자들은 거의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3시에 마르세이유로 돌아와 메트로 타고 역으로 가서 사라는 니스행3시30분 표를 예약하러 가고 난 코인락커에서 짐을 찾아옵니다. 예약창구에 갔던 사라가 무거운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하는 말, 6시까지 예약이 안된답니다. 으아......이유인즉 오늘 마르세이유에서 럭비경기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기에 니스행 모든 표가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마르세이유 역 휴게실에서 2시간 30분을 기다려 6시 니스행 열차에 탔습니다. 그나마도 일등석기차가 없어서 이등석 열차에 탔는데 이건 너무 지저분하고 소란스럽습니다. 옆자리의 아저씨들한테서 웬 냄새가.....난 한시간동안은 자고 한시간은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밖은 이미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밤에 이동하는 것은. 열차를 타고 이동시 바깥풍경을 보고있노라면 언제 갔는지 모르게 금방 도착하는데 밤에는 가도 가도 이 철길이 끝이 없는 블랙홀처럼 느껴집니다. 사라도 인내의 한계치에 다다른 듯 애가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거의 울기 일보직전 입니다. 쯔쯔, 얼마나 힘들까, 아직 저녁도 못먹었지, 열차안은 더럽지, 창밖은 깜깜해서 보이는 것도 없지, 냄새는 나지, 프랑스애들은 마냥 떠들지.....에구구. 최악입니다.

8시30분경부터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깐느입니다. 8시 50분에 드디어 니스에 도착했습니다. 택시를 타기위해 승강장에 갔더니 택시는 없고 기다리는 줄은 길고, 결국 또 걸어서 호텔로 갑니다. 어두운 밤거리를 약15분정도 걸어갔습니다. 가면서 사라가 지난번에 혼자 니스에 왔을때 묵은 호텔이랑 식당이랑 빵집을 가르쳐줍니다.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간 사라가 대견합니다. 첫 해외여행때 면세점 혼자 가란다고 훌쩍이던 꼬맹이가.....후후.

니스에서 묵을 호텔은 La Palais de la Mediterrante입니다. 카지노를 겸비하고 바닷가에 위치한 제법 좋은 호텔입니다. 첵인 하자마자 짐을 던져놓고 저녁을 먹기위해 나섰습니다.

사라가 혼자 왔을때 식사하던 Maison de Marie라는 식당입니다. 이 곳에서 와인과 빠에야를 먹었습니다. 굉장히 양이 많고 굉장히 맛있고 굉장히 비싼 빠에야입니다. 그러나 대만족입니다, 결국 반을 남겼지만....... 사라도 식사가 만족스러웠던지 아까의 울려는 얼굴은 간데 없고 기분이 많이 풀어진듯합니다.

게다가 와 본 곳이라 긴장감도 좀 풀리나봅니다, 그동안 처음 가는 도시들에 나까지 끌고 다니느라 신경이 날카로웠었나봅니다.

둘다 너무 많이 먹어 소화를위해 산책을 했습니다. 광장에서 우연히 만난 큰 개가 사라가 맘에 들었는지 다가가 애교를 부립니다. 얼굴이 사라보다 두배더 큰 놈입니다. 꼬리로 사라 다리를 쳤는데 사라가 아파합니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빨래도 합니다.

이 호텔은 모든게 만족스러웠는데 단 하나, 물에서 냄새가 납니다.

 악상프로방스

 

 

 

 

 

 카페 드 가르송

 

 

 

 

 

 마르세이유의 역 앞에서

 니스의 호텔 La Palais de la Mediterrante

 

 

 니스의 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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