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평소와 같은 한가로운 오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9시반경 갑자기 귀청을 멀게 할 정도의 데시벨로 경보음이 온 호텔에 울립니다.
샤워를 막 마치고 벌거벗고 있던 나는 부리나케 옷을 걸치고 귀를 막을 헤드폰을 걸치고 사라와 함께 복도로 뛰어나가 보니 사라는 파자마를 입은 채 입니다. 계단으로 내려 가려 할 때 경보가 갑자기 멈추고 엘리베이터가 다시 작동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할머니가 별 상황이 아니었고 정리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다시 방으로 돌아 올 때 쯤이 되어서야 다른 방들의 문이 열리며 그제야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옵니다. 우리가 지나치게 빠른걸까, 다른 이들이 느긋한 걸까 고개를 갸우뚱 하며 방으로 돌아 옵니다. 휴.....
점심은 20분 거리의 르 리플렉트 레스토랑입니다. 오전에 내린 비의 영향으로 쌀쌀해져서 옷을 두껍게 입고 산책에 나섭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뭔가가 조금 색다릅니다. 서빙하는 모든 웨이터들이 다운신드롬을 갖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 분들을 위해 메뉴를 스탬프로 찍어 주문해야 합니다.








식사는 집에서 먹는 음식처럼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식사 후 퐁피두로 가는 길 웬 빵집이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chez meunier. 간판 옆에 쭉 나열된 수상경력에 저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빵을 한웅큼 사갖고 나옵니다. 사라가 말리지 않았다면 더 많이 사서 결국 또 버리겠지요?
디저트에 대한 이 놈의 식탐......

죠르쥬 퐁피두 센터는 건축물 자체만을 감상합니다만 나에겐 큰 감흥은 없습니다. 단지 안에 있어야 할 구조물들이 역으로 밖으로 나와 있을 뿐, 실용적인 면에서도 미적인 면에서도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현대미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미적 기준은 조금 고전적인 모양입니다.



파리 시청사옆의 bhv marais의 5층으로 올라가 여행객들의 족보에도 있는 테라스에 나가봅니다. 지난 번 파리 여행 때 시도했었는데 그 날 백화점이 문이 닫혀 있어 포기했던 일 입니다.








백화점 구경에 신나 있는 나와 달리 사라는 표정이 무겁습니다. 알고 보니 옷을 너무 두껍게 입고나와 백화점 실내의 더운 공기 때문에 지쳤다고 합니다. 신선한 공기를 위해 백화점을 나와 시청사를 거쳐 돌아오는 길.

시청사앞에 경찰에 둘러 싸인 한무리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언뜻 보기에 난민들이나 노숙자들처럼 보입니다. 시청사 앞에서 노숙을 하다 어딘 가로 이동되고 있는 느낌 입니다. 뱃속 어딘가에서 묵직한 느낌이 목으로 역류하는 느낌이 듭니다. 흠.

호텔로 돌아오는 길,
꽃시장을 지나가면서 좀전에 느끼던 무거운 감정들을 금방 잊어버리는 나! 난 대체 얼마나 속물인걸까 스스로 물어 봅니다.





그래도 산책은 계속 됩니다. 흐렸던 하늘은 다시 화창해지고 내 마음속도 그냥 해맑은 빛들로만 채워지고 맙니다.
두꺼운 옷들은 벗어 배낭에 넣고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파리의 산책을 마냥 즐기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나와보니 사라는 이미 잠에 빠져 있습니다. 혼자 음악 듣고 놀다보니 5시가 지나 있습니다. 잠에서 깬 사라가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저녁은 얼마전 갔던 사누키야를 다시 가기로 합니다.
쉽게 걸어 갈 수 있는 곳의 가벼운 메뉴가 너무 한정적이라 결국 일식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래도 산책은 항상 즐겁습니다.




두번째 방문에 두번 다 선택한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라는 디ㅏ음엔 다른 우동집을 찾길 원합니다.
돌아오는 길은 번잡한 도로를 피해 루브르를 통과하는 경로로 합니다.
여전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예전에 저녁마다 찾던 장소를 다시 지나니 감회가 있습니다.







세느 강변을 걸어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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